Johannes Brahms(1833-1897)

피아노 협주곡 No.1-2악장 <주님의 이름으로 오시는 분 찬미받으소서>


글쓴이: 박수원

 

*이 글은 2013년 1월 월간<빛>에 게재 되었습니다.

새해가 밝았다. 온갖 덕담으로 행복과 희망을 나누는 때이다. 새로 시작하는 <박수원의 음악이야기> 코너에 올릴 첫 글을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가 마침내 한 음악가의 이름을 머릿속에 떠올릴 수 있었다. 요하네스 브람스…!, 독일 북쪽에 자리 잡은 항구 도시 함부르크 어느 가난한 음악가의 집에서 태어나 선술집의 난잡한 여흥을 돋우는 싸구려 피아니스트로 전전하면서 불우한 청소년기를 보냈던 인물, 내성적이고 섬세한 성격을 지녔던 외톨이 브람스는 스무 살이 될 때 까지 보잘것없는 삼류 음악가의 처지였다. 그러던 어느 날, 브람스는 슈만과 클라라 부부를 만나게 된다. 당대 최고의 작곡가이자 비평가였던 슈만, 그리고 슈만의 아내, 최고의 피아니스트 클라라는 그를 가족처럼 따뜻하게 맞아들였고, ‘음악의 새로운 길’을 열어나갈 인재로 인정해주었다. 대개의 경우 작곡가들은 외로움과 두려움을 느끼며 살아간다. 설사 천재적인 재능을 지녔다손 치더라도, 자신들의 마음에 가득 찬 음악을 오선지 위에 진정성 있게 쏟아내는 과정에서 많은 고통을 감당해야 하므로, 이렇게 용기를 북돋아주고 조언을 아끼지 않는 스승과 멘토가 곁에 있었다는 것 자체가 큰 힘이 되었을 것이다.


“내가 좋은 음악가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슬퍼지곤 합니다. 또래의 젊은 음악가들이 음악의 규칙이라고 일컫는 것들에 대해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음악의 아름다움을 위해서는 이 규칙들로부터 자유로워져야할 것 같습니다. 모차르트와 같은 대가들처럼 저녁에 호젓한 숙소에서 멋진 음악을 지어낼 수 있는 사람, 참으로 행복한 사람일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 순간 그는 살아있는 의미가 있으니까요.”

-브람스가 클라라에게 보낸 편지에서(1856년 2월)


젊은 브람스가 보다 큰 음악가로 성장해가면서 슈만 부부와의 관계는 다소 애매모호하게  된다. 슈만은 건강이 악화되어 정신질환으로 고통 받는 가운데 생을 마치게 되고, 스승의 아내 클라라와는 존경을 넘어선 사랑의 감정을 나누는 사이가 되어버렸다. 흔히 말하는 삼각관계의 통상적인 결말이라고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브람스는 슈만의 자식들을 마음을 다해 돌보았고, 클라라와는 정신적인 사랑과 음악적인 유대감을 유지하는 관계로 평생을 교류하며 지내게 된다. 몸과 마음으로 느끼는 사랑이 지극할수록 영원의 사랑을 탐하게 되는 것일까? 브람스는 슈만의 죽음에 즈음하여 첫 번째 피아노 협주곡을 지어내기에 이른다. 자신에게 음악가로서의 삶을 불어넣어준 스승의 영전에 작은 기도로서 아름다운 음악을 헌정했다. 두 번째 악장 첫머리에 자필로 적어 넣은 한 마디, “주님의 이름으로 오시는 분, 찬미받으소서.” 사람의 욕망과 구구절절한 사랑이야기도 결국 한 순간 사라지는 것. 이 답답한 순간에 눈을 들어 바라볼 수 있는 곳은 저 하늘뿐이던가?  그 애틋한 마음과 간절함에 가슴이 저려오지만 그 아름다움에서 작은 희망이 생겨나는 까닭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사랑하는 만큼 다정하게 이 글을 쓰면서, 모든 좋은 것들만 말하렵니다. 이 순간이 계속 될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당신을 온실 속에 넣어두거나 금칠을 해서라도 지금처럼 지낼 수 있다면 그렇게 하겠습니다…….”

-브람스가 클라라에게 보낸 편지에서(1856년 5월)